[취재수첩] '경찰의 날'에 진정 축하받으려면…

입력 2021-10-21 17:11   수정 2021-10-22 00:07

“끊임없는 변화와 쇄신을 통해 국가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 ‘가장 안전한 나라’ ‘존경과 사랑받는 경찰’을 실현해 나가겠습니다.” 21일 충남 아산 경찰수사연수원에서 열린 ‘제76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연단에 선 김창룡 경찰청장은 이렇게 힘줘 말했다.

올해는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대폭 확대된 ‘원년’이다. 경찰 체제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경찰 수사를 총괄지휘하는 국가수사본부가 지난 1월 출범했고, 지방자치단체에 경찰권을 부여하는 자치경찰제도 도입됐다. 그런 만큼 국민의 이목은 다른 여느 해보다 경찰에 집중됐다.

이날 경찰 수장의 일성은 ‘국민 눈높이에 맞춰 쇄신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 또한 SNS를 통해 “많은 국민이 경찰을 신뢰한다”며 경찰을 응원했다.

하지만 최근 경찰의 움직임을 보면 대통령 말대로 국민들이 정말 경찰을 신뢰하고 있을지 의문이 든다. 최대 국정 현안인 경기 성남시 대장동 특혜 의혹과 관련해 경찰은 일찌감치 수사를 시작할 수 있었음에도 두손 두발 놓고 있었다.

지난 4월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화천대유의 수상한 자금 흐름을 보여주는 자료를 전달받았지만 5개월간 미적거리며 사건을 뭉개버린 것이다. 급기야 경찰 수뇌부가 국회 국정감사에 나와 “초기 수사에 아쉬움이 있다”며 고개를 숙이는 일까지 벌어졌다.

공정하고 일관되게 법을 집행하는지도 스스로 되물어 볼 필요가 있다. 경찰은 자영업자와 민주노총을 180도 다른 태도로 대했다. 7월 민주노총이 종로에서 8000명 규모의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을 때 경찰은 집회 현장에서 ‘불법집회’라는 경고 방송만 공허하게 울려댔을 뿐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반면 자영업자들이 5평 남짓한 분향소를 설치하는데도 밤새 그들을 쫓아다니며 사력을 다해 분향소 설치를 막았다. 코로나19로 생존 위기에 봉착한 자영업자들이 1인 차량 시위를 펼칠 때 서울 도심에 25개 검문소를 설치하며 강력 봉쇄한 경찰이었다. 이런데도 경찰이 “‘거대 권력’인 노조와 벼랑 끝 서민 자영업자 사이에 이중잣대를 들이댄다”는 비판 앞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나.

취재 현장에서 만나본 경찰 한 명 한 명은 국가를 향한 봉사정신이 투철하고 누구보다 수사 의지가 강한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경찰 조직 전체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이런 실상과는 거리가 먼 듯하다. 경찰이 ‘국민을 안전하게, 법집행은 공정하게’라는 구호 앞에 당당한 조직이 되길 바란다. 이는 보이지 않는 조용한 곳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대다수 사람의 바람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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